사회 사회일반

[여객선 침몰] 대참사에 무능 드러낸 정부..재난 시스템 ‘침몰’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0 17:27

수정 2014.04.20 17:27

대형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통합지원 및 총괄기능을 담당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현지에서 올라오는 각종 정보를 제대로 확인 및 검증하는 절차 없이 무리하게 발표하고 뒤이어 수정하는 촌극을 반복하는 등 재난안전총괄기구로서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대본은 사건 첫날인 16일 당초 구조자수가 368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지만 이날 오후 4시 180여명을 구조했다고 수정해 혼선을 불러일으키는 등 사고 수습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따라 향후 중대본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정부 등에 따르면 중대본의 역할과 기능이 사실상 정지 상태에 봉착하면서 구조개편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본의 지휘탑을 담당하고 있는 안전행정부는 올해 2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하면서 중대본의 재난관리 총괄·조정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국가재난대응시스템을 체계화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 직후 이 같은 평가는 무용지물이 됐다.

세월호 침몰 사건 주관기관인 해양수산부와 중대본을 총괄·조정하고 있는 안행부 간에 명확한 지휘·명령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본부장(장관급) 밑에 중앙사고수습본부(장관급)를 지휘하도록 했지만 직급이 동일한 장관이 다른 장관을 지휘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애당초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사건 초기 사고구조를 담당한 해경이 구조 내용을 발표하기를 원했지만 중대본이 이를 발표해야 한다고 양 기관이 신경전을 벌인 것도 이 같은 모호한 법 규정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때부터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18일 선내 진입 소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되풀이됐다. 이날 중대본은 오전에 잠수부들이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해경이 이를 부인함에 따라 오후 늦게 이를 실패로 정정하는 등 위기관리대처에 여전히 미숙함을 드러냈다. 중대본 위상에 걸맞게 좀 더 신중하고 치밀한 대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중대본은 이후 해경에 구조상황 브리핑을 넘기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난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지방정부에 일임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등의 구조개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배재현 연구위원은 "이번 여객선 침몰 사건처럼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중대본부장이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지휘하도록 규정돼 있다"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정부 조직관리상 동일한 지휘에 있는 장관이 다른 장관을 명령체계에 의해 지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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